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미국 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년)에서 워싱턴의
특수경찰관 존 앤더튼(톰 크루즈 분)은 전자 장갑을 낀 채 손짓만으로 컴퓨터 스크린
이미지를 척척 옮긴다. 2054년이 영화 속 무대다.
공상과학 영화의 삶이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0’의 화두는 3차원(3D) 영상이었다. 3D 기술 덕분에 TV, 컴퓨터 등
전자기기에서 제스처 시대가 열리면서 이른바 ‘제스처 혁명’이 시작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 히타치 등 유수의 PC 및 가전업체들이 멀찌감치 소파에 앉아
손동작만으로 TV 채널을 돌리고, 컴퓨터 화면을 움직이는 제품을 선뵐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전했다.
MS가 ‘나탈(Natal) 프로젝트’로 명명한 새 비디오 게임을 내놓을 연말쯤이면
제스처 시대는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나탈 프로젝트는 일본 닌텐도의 비디오 게임기
‘위(Wii)’에 맞설 MS의 야심작이다. 위는 손으로 작동하는 컨트롤러가
있어야 하지만 나탈은 칩을 부착한 손 자체가 컨트롤러다.
나탈 시스템에 기술 공급을 위한 3파전이 한창이다. 제스처 인식 기술 개발에 미국의
‘제스처테크’와 ‘캐네스타’, 이스라엘의 ‘프라임센스’가 뛰어들었다.
일본 전자업체 히타치도 제스처만으로 멀리서 작동시킬 수 있는 TV를 준비 중이다.
내장 카메라로 제스처 인식이 가능한 노트북 등도 연말쯤 시판된다.
제 스처 시대 정착은 전자기기에 내장된 소형 디지털카메라가 사람의 제스처 의도를
얼마나 정확히 판독하느냐에 달렸다. 코를 긁으려고 손을 올린 건지, 명령을 하는
건지를 간파해야 한다. 3D 기술 출현은 제스처 시대 전망을 밝게 한다.
리모컨과 터치스크린이 쓰레기통에 던져지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